경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효성그룹이 비자금 조성 건으로 수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원본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40600155&code=940202
박근혜 정부의 첫 대기업 수사가 전직 대통령 친·인척 기업으로 향하게 되면서, 전 정권 사정 수사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찰과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최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78)의 장남 조현준 (주)효성 사장(45·사진)이 그룹 계열사를 이용해 거액의 개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파악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내사 단계에서 수사로 전환하기 전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회장의 장남으로, 작은아버지인 조양래씨(한국타이어 사장)의 아들 현범씨(한국타이어 부사장)가 이 전 대통령의 셋째딸과 결혼해 이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다. 조 사장은 특히 지난 1월29일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실시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사면복권됐다.
경찰은 효성이 다른 계열사에 물품 및 서비스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납품가를 과다하게 책정해 팔고, 그 차익을 돌려받아 적립하는 수법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비자금의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이렇게 모인 비자금이 효성 계열사인 효성ITX 임직원의 차명계좌에 넣어져 관리돼온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ITX는 37.6%의 지분을 보유한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의 자회사다.
경찰 관계자는 “조 사장이 자금을 입출금한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효성ITX 임직원의 차명계좌로 보이는 계좌가 나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차명계좌의 명의를 갖고 있는 임직원을 비롯해 회사 관계자 일부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비자금 조성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회사의 공식 계좌가 아니라는 점, 비자금이 개인 용도로 사용되는 점 등이 수상하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자금 조성 혐의가 명백해질 경우 조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사장은 회사 자금을 이용해 미국에 호화 콘도 등 개인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외환관리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당시 조 사장은 회사 돈 550만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해 수십억원대의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사장은 이로 인해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