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비서관을 만난 건 10일 오후 청와대 연풍문 2층 휴게실에서다. 노타이 차림에 흰색 셔츠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동행한 사진기자를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진도 찍는 건가요? 옷도 안 갖춰 입었는데.”
원본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557/4449557.html?ctg=1000&cloc=home|showcase|main
자리에 앉자 준비해온 자료 파일을 펼쳤다. 자가진단 설문서 복사본과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각종 자료들이다. 달라진 검증 절차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준비해온 서류철을 하나씩 펴들었다.
-철저히 검증해 그중 나은 후보를 압축해서 올릴 텐데 왜 국회 청문회에 가면 여러 가지 의혹들이 나옵니까. 사전 검증 때 체크가 안 된 겁니까.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죠. 천성관 검창총장 후보자의 경우 면세품 쇼핑 내용이 문제가 됐는데 그건 검증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내용이었죠. 물론 시간이 충분하면 할 수도 있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하다 보니까 좀 어렵죠. ”
-김태호 후보자의 경우 도덕적 하자가 있긴 하나 이 정도면 괜찮다 싶어 올린 건가요.
“사실 흠 없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우리가 잿더미에서 60년 만에 압축성장해 왔잖아요. 한창 일할 나이가 40~60대인데 지금 그 사람들을 쓰려고 보니 능력보다는 과거 살아온 것을 문제 삼고 있거든요. 당시엔 제도 등이 불비한 게 많아 지금 잣대로 봐서 재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국민적 합의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요.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법률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꼭 국회가 법률로 만들어야 할까요.
“행정부가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국회가 아니라고 하면 안 되니까요. 위장전입이라든가, 부동산 투기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으니까 국회가 국민적 공감대가 뭐냐, 나름대로 판단 기준을 만들어 법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 주면 행정부가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으면 좋은데 지금은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행정부가 이 정도는 됐다 싶어 (국회로) 보내면 도덕적 기준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매를 맞잖아요.”
-30년간 인사업무만 한 인사통인데요.
“영남대를 졸업, 80년 총무처에서 시작해 주로 인사 업무를 했죠. 대부분은 직업 공무원 인사를 했는데 청와대 인사는 이와는 다르죠. 통치권을 직접적으로 보좌하는 정무적 기능이잖아요.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놓고 뽑는데 고려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아요. 지역·학교도 고려해야 하고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이해하는지, 팀워크가 잘 맞는지도 봐야죠. 고려해야 할 팩트가 너무 많아 고차방정식 중에서도 20차 방정식은 될 거예요. 거기다 이젠 국회에까지 올려서 검증을 받잖아요.”
-고소영이니 S라인이니 비판할 땐 기분이 어떠세요.
“괴롭죠 뭐. 그냥 기도해야죠. 사람들은 제가 마치 누구한테 부탁해서 온 것처럼 아는데 전 아무 연고 없이 청와대에 들어왔어요. 인수위 근무도 안 했고요.”
-정권 실세들, 특히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졌는데요.
“개인적으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가끔 통화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분과 관계가 없어요.”
-밖에선 정권 실세, 특히 영포라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제 고향이 청도인데 (사람들이) 첨에 칠곡이라고 바꾸고 그랬어요. 하지만 이때까지 공무원 하면서 제 인사 갖고 한번도 누굴 찾아가거나 청탁한 적 없어요.”
-이젠 청탁이 들어오는 편이겠죠.
“(정색을 하며) 전 인터뷰 처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선거 때 연은 없지만 어쨌든 부름을 받고 왔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왔어요.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전 입이 없다, 그래서 언론과 일절 접촉을 해선 안 되겠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사업무는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늘 실족해선 안 되겠다고 기도하고 있어요. 성경 말씀에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쫓지 않고 죄인의 길에 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리에 앉지 않고 오직 하나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한다’고 돼있어요. 이걸 늘 교훈으로 삼고 있어요. 그래도 맘이 힘들 땐 휴대전화 메모를 읽어보곤 하죠.”
김 비서관이 내민 휴대전화엔 ‘진실로 천한 자도 헛되고 높은 자도 거짓되니 저울에 달면 들려 입김보다 경하리로다’(시 62:9)란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는 교회 장로다.
-청탁을 안 들어줘서 비판받는 건 아닐까요.
“청탁이라기보다 추천인데, 자리가 10개 있다고 하면 요청 들어오는 건 10배가 넘죠. 전 선거 때 캠프에 있지 않았으니까 자리에 맞는 사람, 필요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하죠.”
-대통령이 최종 결심 전 의견을 물을 때 코멘트 하는 위치니까 김 비서관을 실세로 보는 사람이 많아요.
“바깥에선 그렇게 보십니까? 혹여라도 그런 오해를 받을까봐 사람 안 만납니다. 명륜동에 사는데 출퇴근을 걸어서 해요. 45분쯤 걸리는데 왜 그러겠어요.”
-너무 고지식하게 하는 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야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표현하든 제가 변명하거나 일절 대응 안 합니다. 대통령과 저는 살아온 궤적이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이 시대에 여기서 조우하게 된 것은 공직 생활의 모든 것을 이분을 위해 헌신하라는 뜻으로 믿고 있어요. 딴 건 아무것도 신경 안 씁니다. 차관을 하려고 욕심을 갖겠어요? 세상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저는 높게 생각 안 하거든요. ”
김 비서관은 사무관 시절부터 써온 색바랜 대학노트를 보여줬다. 매일매일의 사무 일지를 일일이 기록한 것인데 이걸 모아국가공무원법 해설서 특수법인론 등의 책을 냈다고 한다. 요즘 그는 “인사비서관으로서 실수했던 것, 잘한 것 등을 모아 비망록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도 찍는 건가요? 옷도 안 갖춰 입었는데.”
원본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557/4449557.html?ctg=1000&cloc=home|showcase|main
자리에 앉자 준비해온 자료 파일을 펼쳤다. 자가진단 설문서 복사본과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각종 자료들이다. 달라진 검증 절차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준비해온 서류철을 하나씩 펴들었다.
-철저히 검증해 그중 나은 후보를 압축해서 올릴 텐데 왜 국회 청문회에 가면 여러 가지 의혹들이 나옵니까. 사전 검증 때 체크가 안 된 겁니까.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죠. 천성관 검창총장 후보자의 경우 면세품 쇼핑 내용이 문제가 됐는데 그건 검증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내용이었죠. 물론 시간이 충분하면 할 수도 있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하다 보니까 좀 어렵죠. ”
-김태호 후보자의 경우 도덕적 하자가 있긴 하나 이 정도면 괜찮다 싶어 올린 건가요.
“사실 흠 없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우리가 잿더미에서 60년 만에 압축성장해 왔잖아요. 한창 일할 나이가 40~60대인데 지금 그 사람들을 쓰려고 보니 능력보다는 과거 살아온 것을 문제 삼고 있거든요. 당시엔 제도 등이 불비한 게 많아 지금 잣대로 봐서 재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국민적 합의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요.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법률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꼭 국회가 법률로 만들어야 할까요.
“행정부가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국회가 아니라고 하면 안 되니까요. 위장전입이라든가, 부동산 투기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으니까 국회가 국민적 공감대가 뭐냐, 나름대로 판단 기준을 만들어 법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 주면 행정부가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으면 좋은데 지금은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행정부가 이 정도는 됐다 싶어 (국회로) 보내면 도덕적 기준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매를 맞잖아요.”
-30년간 인사업무만 한 인사통인데요.
“영남대를 졸업, 80년 총무처에서 시작해 주로 인사 업무를 했죠. 대부분은 직업 공무원 인사를 했는데 청와대 인사는 이와는 다르죠. 통치권을 직접적으로 보좌하는 정무적 기능이잖아요.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놓고 뽑는데 고려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아요. 지역·학교도 고려해야 하고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이해하는지, 팀워크가 잘 맞는지도 봐야죠. 고려해야 할 팩트가 너무 많아 고차방정식 중에서도 20차 방정식은 될 거예요. 거기다 이젠 국회에까지 올려서 검증을 받잖아요.”
-고소영이니 S라인이니 비판할 땐 기분이 어떠세요.
“괴롭죠 뭐. 그냥 기도해야죠. 사람들은 제가 마치 누구한테 부탁해서 온 것처럼 아는데 전 아무 연고 없이 청와대에 들어왔어요. 인수위 근무도 안 했고요.”
-정권 실세들, 특히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졌는데요.
“개인적으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가끔 통화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분과 관계가 없어요.”
-밖에선 정권 실세, 특히 영포라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제 고향이 청도인데 (사람들이) 첨에 칠곡이라고 바꾸고 그랬어요. 하지만 이때까지 공무원 하면서 제 인사 갖고 한번도 누굴 찾아가거나 청탁한 적 없어요.”
-이젠 청탁이 들어오는 편이겠죠.
“(정색을 하며) 전 인터뷰 처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선거 때 연은 없지만 어쨌든 부름을 받고 왔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왔어요.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전 입이 없다, 그래서 언론과 일절 접촉을 해선 안 되겠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사업무는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늘 실족해선 안 되겠다고 기도하고 있어요. 성경 말씀에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쫓지 않고 죄인의 길에 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리에 앉지 않고 오직 하나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한다’고 돼있어요. 이걸 늘 교훈으로 삼고 있어요. 그래도 맘이 힘들 땐 휴대전화 메모를 읽어보곤 하죠.”
김 비서관이 내민 휴대전화엔 ‘진실로 천한 자도 헛되고 높은 자도 거짓되니 저울에 달면 들려 입김보다 경하리로다’(시 62:9)란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는 교회 장로다.
-청탁을 안 들어줘서 비판받는 건 아닐까요.
“청탁이라기보다 추천인데, 자리가 10개 있다고 하면 요청 들어오는 건 10배가 넘죠. 전 선거 때 캠프에 있지 않았으니까 자리에 맞는 사람, 필요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하죠.”
-대통령이 최종 결심 전 의견을 물을 때 코멘트 하는 위치니까 김 비서관을 실세로 보는 사람이 많아요.
“바깥에선 그렇게 보십니까? 혹여라도 그런 오해를 받을까봐 사람 안 만납니다. 명륜동에 사는데 출퇴근을 걸어서 해요. 45분쯤 걸리는데 왜 그러겠어요.”
-너무 고지식하게 하는 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야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표현하든 제가 변명하거나 일절 대응 안 합니다. 대통령과 저는 살아온 궤적이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이 시대에 여기서 조우하게 된 것은 공직 생활의 모든 것을 이분을 위해 헌신하라는 뜻으로 믿고 있어요. 딴 건 아무것도 신경 안 씁니다. 차관을 하려고 욕심을 갖겠어요? 세상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저는 높게 생각 안 하거든요. ”
김 비서관은 사무관 시절부터 써온 색바랜 대학노트를 보여줬다. 매일매일의 사무 일지를 일일이 기록한 것인데 이걸 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