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18일 새벽 검찰이 안 국장을 체포했다. 소환조사를 하지 않고 굳이 체포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인데, 다른 배경이 있나.
= 그동안 단 한 번도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적이 없다. 주거가 부정하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긴급체포를 하게 되는데, (검찰에) 그런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안 국장은 항상 전화기를 열어놓고 다녔다. 검찰이 (나오라고) 연락하면 언제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1월18일 민주당 의원들, 그리고 안 국장이 알고 지내는 기자들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그 약속이 잡혀 있다는 것을 안 국장이 직접 나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민주당과 만나면 정치쟁점화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여하튼 당국이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막으려 했던 것 같다. 당시 안 국장은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는 길에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세상에 어떤 죄인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버젓이 잡혀가나. 지난 11월2일 (안 국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가인 갤러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마친 상태인데,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었다.
- 검찰은 안 국장 쪽이 관련 업체에 그림을 강매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 국세청에서 안 국장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의 거래처를 파악해 압박을 했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다. 강매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다. “내가 압력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면 강매다. 검찰이 그런 진술을 받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산) 그 사람들의 진심은 따로 있다. 그 사람들이 안 국장 아내에게 “국세청이 괴롭히고 있다. 그들은 당신 남편의 사표를 원한다. 나를 좀 살려달라”고 말했다. 증거도 있다. 법정에서 제대로 밝히겠다.
-국세청이 미술품 강매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배경을 알고 있나.
=국세청 최고의 실세는 이현동 차장이다. 이 차장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거다. 이 차장은 국세청이 감찰에 착수할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다. 본청 감찰팀에게 지휘명령할 권한이 없다.
-이 차장이 안 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휘했다는 근거는.
=있다. 그 당시 움직인 국세청 관계자들이 안 국장에게 와서 “국장님 제발 이현동씨와 친하게 지내라, 이현동씨는 이렇게 지시를 하고 우리도 죽을 지경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감찰팀이라도 안 국장과 평소 알던 사람들인데 인간적 고뇌는 있지 않았겠나.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안 국장이 이현동 차장을 찾아가 따지기도 했다. 조만간 안 국장 쪽에서 이현동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 지난 11월25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국장에게 3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안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있던 때다. 지난해 초 어느 주말에, 아마도 토요일 저녁이었던 것 같은데, 안 국장이 나와 함께 있었다. 안 국장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안 국장이 (휴대전화 발신번호를) 보더니 (집게)손가락을 자기 입에 대더니 엄지손가락을 폈다. 국세청장이니까 잠시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나는 바로 앞에 있었으니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다 들을 수 있었다. 저쪽에서 “오라”고 하더라. 두 사람이 당시엔 굉장히 친근하게 통화를 했다. 서로 농담도 해가면서. 안 국장이 “예, 알겠습니다. 거기서 뵙지요”라고 했다. ‘거기’라고 했던 게 인상이 깊다. 안 국장이 전화를 끊더니, “내일이 일요일인데 한 청장이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틀인가 지나서 월요일인가 화요일 밤에 안 국장을 다시 만났다. 안 국장이 “한상률이 ‘3개’를 요구한다”고 했다. 내가 “300만원은 아닐 테고 3천만원인가” 물었더니, “아니다. 3억원이다”라고 답했다. “왜 3억원을 달라고 하나” 물었더니, 한 전 청장이 한 말을 나한테 전했다. “실세를 알고 있는데 거기에 주려고 한다. 당신이 3개만 해라. 앞으로 국세청(장)은 나 다음에 당신 아니냐. 당신이 이어가야 한다. 당신이 3개를 하고, 내가 7개를 하겠다. 어렵겠지만 준비해라. 될 수 있으면 현금으로 (준비)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금으로 준비하라는 세부적인 것까지 말했다고 안 국장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 안 국장은 왜 그 돈을 준비하지 않았나.
= 내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하고 물었는데, 안 국장이 “돈도 없지만 주기도 싫다. 이렇게 한번 코가 꿰이면 괴롭다”고 했다. “그 돈을 주면 어떻게 해주겠다던가” 물었더니, “국세청을 이어갈 사람이 당신이니 다음엔 (국세청) 차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고 안 국장이 말했다. 나는 “달라는 것 안 줄 수는 없지만, 주변에서 견제를 받을 테니 차장 자리는 완강하게 거절하라”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안 국장이 “그건 매관매직”이라고 했다.
- 당시 한 전 청장이 말한 정권 실세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인가.
= 지금은 특정할 수 없다. 꼭 이 의원은 아니다. 이 의원은 가볍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따로 있다. 한 전 청장이 지금 미국이 있으니 ‘미제 리모컨’이 아닌가. 그 리모컨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또 있다. 본인은 희희낙락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제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요즘 방송에 자주 나오는 실세다.
- 안 국장이 한 전 청장의 부탁으로 정권 실세들과 만난 것은 사실인가.
= 안 국장이 그런 실세들과 만나는 자리에 내가 운전해 데려다준 적이 있다. 그런 운전을 한 또 다른 사람이 더 있다.
-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11월26일 기자회견에서 안 국장이 국회 부의장실과 포항 지역구 사무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상득 의원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 운전해 데려다줬다는 것인가.
= 그것 말고 또 있다. 내가 운전하려 했더니 안 국장이 다른 사람을 운전사로 데리고 찾아간 적도 있다.
-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베트남 현지법인 세무조사도 한 전 청장이 안 국장에게 지시했나.
= 지시 대목은 정확히 모르지만, 관련해 내가 들은 통화가 있다. 역시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인데, 그날도 안 국장과 함께 있었다. 한 전 청장으로부터 안 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베트남 아이들(베트남 국세청 직원)이 들어온다는데, 당신이 그 사람들하고 친하니까 투입이 돼야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국세청 사람들이 한국에 왔는데, “태광 박연차 건을 그쪽을 통해 알아봐라”고 한 청장이 말했다. 확실하다.
- 통화 내용을 들은 것인가.
= 다 들었다. 통화 끝나고,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더니 안 국장이 한 전 청장의 말을 다시 전해주는 것을 들었다. “안 국장, 당신이나 나나 과거 정부 사람이라 현 정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데, 우리가 이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걸 알아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베트남 국세청 직원들과) 면식이 없으니, 구면인 안 국장한테 알아보라고 한 것이지. 그런 내용을 다 들었다. 안 국장이 그 전화를 받고 우쭐해했던 기억이 난다.
- 나중에 안 국장이 그 조사를 거절했다는데 이유는 뭔가.
= 그 대목은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국세청장 유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다가 막상 한 전 청장 유임이 결정되니까, 힘이 그쪽으로 갔다. 그 전까지는 경상도 지역에 기반이 있는 안 국장에게 (한 전 청장이) 여러 부탁을 했는데, 청장으로 유임되니까 그때부터 안 국장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 한 전 청장은 지금까지 나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 한 전 청장더러 제발 한국에 들어오라고 전해달라. 왜 나라 바깥에서 입질만 하고 있느냐. (검찰) 조사도 공평하게 해야 한다. 동등한 위치에서 하자. 그때가 되면 모든 걸 공개하겠다. 한 사람의 공직자한테 몇 개의 권력기관이 달려들어 2년간 뒤져 조사해 하는 짓이 겨우 이런 것인가.
-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인 서울 도곡동 땅을 안 국장이 조사했고, 그것 때문에 지금의 일이 벌어진 것인가.
= 내가 말할 사안은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 3년 뒤에는 모를까. 안 국장은 이번 사안이 정치적 게임으로 변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활용하고 언론이 보도하고 그 뒤에 폐기물 처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법정에서 무죄를 받아내는 게 목적이다. 어떤 조직에서 일해온 개인을 수없이 핍박했다. 과연 그 사람이 올바른가 아닌가, 그것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 안 국장의 최근 심경에 대해 알고 있나.
= 죽어서 살겠다는 태도다. 저쪽에서 협상도 원하는 것 같은데, 안 국장은 그렇지 않다. 최소한 (비리 혐의로 구속된) 전임 청장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인 것 같다. 안 국장은 처음엔 “내가 20년 넘게 몸담은 조직이 깨진다”고 걱정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지은 죄가 없으니 조직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르다. 검찰이 쥐약 먹은 쥐를 물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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