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69·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이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한명숙(65) 전 국무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정세균(59)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71)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20일 확인되면서, 이런 사실이 향후 검찰 수사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석탄공사 사장 자리를 노리는 이가 바로 그 회사를 산하 공기업으로 두고 있는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총리를 만난 것 자체가 외부에는 ‘로비’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총리 쪽에는 불리한 정황일 수밖에 없다.
곽 전 사장의 전주고 2년 선배인 강동석 전 장관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점도, 곽 전 사장이 인맥을 총동원해 ‘줄’을 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이 최근 전주고 출신인 곽아무개 ㅇ경제신문 대표와 문아무개 전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 등을 잇따라 소환한 것도 이런 의심을 확인해가는 절차로 풀이된다. 강 전 장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곽 전 사장을 도와주자는 덕담이 오갔지만, 돈 문제는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로비가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전 사장은 2006년 12월20일 한 총리를 만난 뒤 같은 달 28일 열린 석탄공사 사장추천위원회에서 6배수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듬해 1월3일 사장 면접 때도 최종 3배수 안에 들었다. 마지막에 탈락했지만, 그 대신 다음달 ㈜남동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남동발전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이고, 한전은 산자부 산하 공기업이었다. 당시 한전 사장은 정세균 장관 아래서 일했던 이원걸 산자부 2차관이었는데, 검찰은 최근 이 전 차관을 불러 석탄공사 사장 선임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이 생각하는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느긋한 건 아니다. 이런 정황이 한 전 총리의 수뢰 혐의를 뒷받침할 직접 증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나 정 대표가 곽 전 사장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정 대표는 곽 전 사장과 함께 한 전 총리를 만난 지 9일 만인 12월29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당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로선 동행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 대표를 조사하고 싶겠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새해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단적인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어서, 금품이 오갔다는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 때문에 검찰은 당분간 정 대표에 대한 언급을 삼간 채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 전 총리 쪽 변호인단은 “곽 전 사장이 이들과 함께 갔다가 돈을 건네려 혼자 남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누구를 만난 사실과 돈을 받았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오히려 곽 전 사장의 궁박한 처지를 들어 검찰을 압박할 태세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대질신문 할 때 보니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병보석으로 풀러나야 할 절박한 상황을 검찰이 이용하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대질신문 때 ‘검사 때문에, 검사가 추궁해서 혼났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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