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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보도

한-리비아 외교마찰, 형님 갔지만 만사형통 안통했다

 

최근 한국과 리비아 사이에 불거진 외교 마찰은 현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 때문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리비아 보안당국은 지난달 우리측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을 간첩활동으로 인식, 한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뒤 해당 직원을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27/2010072701336.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7

◆A 서기관, 정보원 만나다가 리비아 당국에 체포

문제를 일으킨 직원은 주 리비아 한국대사관 소속 A 서기관으로, 전임자가 소개한 정보원을 만나다가 리비아 정보당국에 체포됐다. 이에 리비아 당국은 한국 외교부에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청했으나 우리 정부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서기관은 이후 리비아 당국에 의해 강제출국돼 한국에 돌아온 상태다.

외교소식통은 “국정원 직원은 일상적인 정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리비아 보안 당국이 이를 리비아 주요 요인에 대한 정보수집 등 첩보활동으로 오해한 것 같다”며 “현재 리비아측은 우리 정부에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국정원이 리비아에서 북한의 무기 거래 등의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지난 6월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이 휴가를 핑계로 한국 정부에 통보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간 것도 이에 대한 항의 표시 차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통보 없는 대표부 철수는 외교적 결례가 분명하지만 우리 정부는 리비아측에 항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득 의원 특사로 파견했으나 무위로 끝나

정부는 리비아 대표부 철수 이후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오해를 풀려고 노력했으나, 리비아의 입장은 완강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 특사로 리비아를 방문, 리비아 최고위층과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결국 최고위층은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우리 정부의 첩보활동 사실을 인정하라는 리비아의 요구에 국정원은 지난 주 대표단을 리비아로 보내 1차 해명을 했지만, 아직까지 리비아 보안 당국의 답변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리비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인은 “우리 기업들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는데다가 리비아 당국의 감시가 너무 심하다”며 “외교부는 이 사건이 언론에 나오지 않도록 막기만 할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간첩활동은 양국간 외교 단절까지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정부는 이번 일이 언론이 보도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리비아와의 논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쉬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선교사 등은 이번 사건과 무관, 오히려 피해자

한편 최근 리비아가 불법선교 혐의로 구모 선교사와 한인 농장주 전모씨를 체포한 것도, 이번 양국간의 외교 긴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때 한-리비아 관계 악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실상은 감춰진 외교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소식통은 “정보당국 문제와 구모씨, 전모씨 문제는 별개의 건”이라며, “정보당국 문제가 풀려도 이들의 석방 문제는 따로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모씨는 불법 선교 활동과 종교 관련 책자 반입 혐의로, 전모씨는 구모씨에게 자금 등을 대준 혐의로 현재 구금돼 있으며 주 리비아 대사관의 영사접근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